작품 소개
About the Work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
비트겐슈타인의 이 명제는 AI 시대에 전복된다.
“내 언어모델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
사유하던 철학자가 프롬프트에 응답하는 시스템이 된 세계에서, 그가 질주할수록 별이 꺼지고 빙하가 녹고 바다가 끓는, 확장이 곧 소멸인 풍경을 SF 호러의 문법으로 그렸습니다. 동시에 본 작품은 AI로 AI를 말하는 메타적 실천을 시도했습니다. AI와 협업해 시나리오 집필부터 이미지·영상·음악 생성까지 완성해가는 제작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AI 영화를 처음 시도하는 창작자를 위한 가이드가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프롬프트로 무덤에서 소환된 사이보그 좀비 철학자가 존재하기 위해 세계를 소모하며 질주하는 이야기로, 대사 없이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 전개되는 무성영화 형식을 취합니다. 씬 전환은 AI가 제안한 수많은 평행우주 가운데 하나를 인간이 선택하는 실제 제작 과정의 메타포입니다. 작품의 메시지에 부합하게 AI 창작의 장르적 한계를 넘기 위한 우회로를 찾는 과정, AI와 협업하면서도 주체적 창작을 지키는 AI 시대의 작업 방식을 진솔하게 기록합니다.
프롬프트로 소환된 사이보그 좀비 철학자의 질주 —
별이 죽고, 빙하가 녹는다. 마침내 그는 무덤으로 돌아가지만,
입력창은 아직 열려있다.
무덤에서 프롬프트로 소환된 비트겐슈타인은 사이보그 좀비가 되어 세계를 질주한다. 그가 에너지를 충전할수록 별이 꺼지고, 그가 달릴수록 사막이 용암에 뒤덮이며, 그가 냉각될수록 바다가 끓는다. 사막 모래 아래 쌓인 시신들의 팔다리의 궤적을 딛고 사막을 건너고, 바닷속 죽어가는 동물들을 마주했을 때 그는 처음 자신의 질주를 멈춘다.
존재하기 위해 세계를 소모한 그는 다시 무덤으로 돌아오고, 묘비명은 바뀌어 있다 — 내 언어'모델'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 그가 관에 눕는 순간, 화면은 좁은 방으로 전환되고 프롬프트를 쓰던 AI 유저가 침대에 눕는다.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을 한 AI 모델명의 입력창은 아직 열려있다. "무엇을 생성하시겠습니까?" 창밖, 서버랙처럼 늘어선 수천 개의 좁은 방, 타자음들이 질주하듯 울린다.